10년만에 만난 아이

요즘 아무래도 옛날에 가르쳤던 아이들-나이와 키가 아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지만-
만나기 강조 주간인 것 같다. 그저께 블로그로나마 두 제자님을 만나고 어제는 그 중
한 아이를 직접 만나고. 드디어 오늘 딱 10년 전에 가르쳤던, 아니 가르쳤다기 보다
같이 공부했던 아이를 만났다. 아이고, 이 아이도 이제 나이 스물 셋에 키도 나보다
훌쩍 크니 아이라고 부르기에 참 미안한 아이다.

나는 퇴근길에 읍내길을 걸어가고 아이는 군대 휴가 나온 친구랑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다가
서로 스쳐 지나가듯이 어엇 하고 인삿말을 나누었다. 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그냥 스쳐지나가네 생각하며 한참 걸어갔다. "선생님"하며 그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짧게 인삿말과 요즘 무엇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읍내 한복판에서 한참 둘이서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신호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말없이 웃으며 한참을 보기도 했다.

아이와 내가 가던 길이 나누어지고 뛰어가는 아이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요즘 무엇하면 지내는지 어떤 일인지 다들어놓고 지금 기억이 안난다.
배와 관련된 어떤 일을 한다고 하던데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6학년 가르쳤을 때 느꼈던 아이의 맑은 모습이 그대로 인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참 좋았다.

6개월 후 나이 마흔을 앞두고 가끔 나이 먹는 것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오늘처럼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나며 나이를 느낄 때는
기분이 참 좋다. 앗싸라비야, 쿵작 쿵작 *^________________^*

by 빛의제일 | 2008/07/05 01:06 | 아이들&학교, 교육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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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빈틈씨 at 2008/07/05 03:34
그래도 좋아했던 선생님이니까 그렇게 살갑게 인사를 했겠죠.
진짜 뭔가 그 뿌듯함이 전해져옵니다.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7/05 12:13
뭐랄까 제가 나쁜 짓만 하고 산 것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비뚤어진 모교사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날은 정말 "나 잘 났구나."에 구름 타고 두둥실 기분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사은 at 2008/07/05 05:11
제 가슴이 다 두근두근. 웬지 사람을 심고 기르는 일을 하시는 빛의제일님, 이라는 수식어가 떠올랐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기억하렵니다. :)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7/05 12:15
눈빛이 참 맑고 그 눈빛만큼 마음이 깨끗한 아이였습니다.
제가 다른 복은 몰라도 학생복, 제자님 복은 있는지라 아이들 덕을 보고 살고 있습니다.
아~ 지금도 기분이 두둥실, 입은 자꾸 헤벌레~~~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purpledog at 2008/07/07 12:09
아~ 그렇게 만나는 아이들 정말 반갑죠. 훌쩍 자란 아이 나만 알아보고 지나가면서 아쉬워하는데 뒤돌아 쫓아와주면 엄청 기쁘고... 흣... 갑자기 보고 싶은 아이들 얼굴이 휙휙~ 떠오르네요.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7/08 12:27
제가 십 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또는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저지른 잘못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이런 아이들 보면 제가 그래도 잘못한 것만은 아니구나 안심이 됩니다.
이런 즐거움은 가르치는 사람만의 즐거움이겠지요.
Commented by 천명도 at 2008/07/15 09:13
참 좋으시겠어요. 역시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자란다니까요.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을 주신 줄을 짐작하겠습니다.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7/15 10:10
아이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기분은 참 좋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맞는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니 곧 방학이라서 놀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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